대호황과 폭락의 착시 기저효과와 역기저효과 완벽 정리

기저효과와 역기저효과의 본질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기저효과라는 단어가 수시로 등장한다. 여기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역기저효과라는 개념까지 마주하게 된다. 이 두 가지 개념은 쉽게 말해 비교 대상이 되는 과거의 기준 점수가 너무 낮았거나 반대로 너무 높아서 현재의 결과가 왜곡되어 보이는 통계적 착시 현상이다. 이 착시를 구별하지 못하면 경제 흐름을 완전히 오독하게 된다.

기저효과

10점에서 50점이 된 성적의 함정

기저효과(Base Effect)에서 기저란 기초가 되는 밑바닥을 의미한다. 비교의 기준이 되는 시점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현재의 유의미한 성장률이 실제보다 훨씬 더 거대하게 부풀려져 보이는 현상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숫자로 비유를 들어보자. 평소에 80점을 받던 학생이 시험 당일 심한 독감에 걸려 10점을 받았다. 완전히 바닥을 친 셈이다. 그 다음 시험에서 컨디션을 회복해 50점을 받았다. 50점 자체는 평소 실력인 80점에 한참 못 미치는 점수다. 하지만 직전 점수인 10점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려 400%나 성적이 폭등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성적이 5배나 올랐다는 수치만 보고 이 학생이 엄청난 학업 성취를 이뤄냈다고 평가한다면 이는 완벽한 착시다. 기준점인 10점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발생한 기저효과일 뿐이다.

성적 변화 예시를 통해 낮은 기준점이 어떻게 성장률 수치를 과장(400% 폭등 착시)하는지 보여주는 기저효과 설명 인포그래픽

무너진 시장이 주는 수치의 왜곡

실제 경제에서도 이러한 숫자의 장난이 매일 일어난다. 한 자동차 부품 기업의 분기 정상 영업이익이 보통 100억 원이라고 치자. 그런데 글로벌 공급망 마비로 인해 전년도 영업이익이 10억 원으로 90% 급감하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듬해 공급망이 일부 복구되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60억 원으로 올라왔다. 여전히 예년 수준(100억 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불황 상태다. 그러나 언론과 투자자들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 500% 폭등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뽑아낸다. 10억 원이라는 처참한 기준점과 비교했기 때문에 착시가 발생한 것이다. 이 500%라는 숫자에 속아 기업의 기초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믿고 섣불리 투자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기업의 영업이익 변화를 통해 기저효과로 인한 수치 왜곡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역기저효과

100점에서 80점이 된 우등생의 억울함

역기저효과(Reverse Base Effect)는 기저효과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비교 기준점이 되는 과거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높았기 때문에, 현재의 정상적인 활동이나 성장이 상대적으로 크게 퇴보한 것처럼 오해받는 현상이다.

이번에도 숫자를 넣어 비유해보자. 평소에 60점을 받던 학생이 시험 전날 우연히 본 문제들이 대거 출제되는 천운이 따라 100점 만점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시험에서 운 없이 본인 실력대로 성실하게 공부해 80점을 받았다. 80점은 이 학생의 평균적인 능력보다 훨씬 잘한 훌륭한 점수다. 그러나 100점이라는 직전 점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성적이 20%나 급락한 꼴이 된다. 성장률 마이너스 20%라는 단편적인 지표만 보고 학생을 다그친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이 없다. 기준점이 우주 끝까지 높아져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역기저효과다.

"역기저효과(Reverse Base Effect)를 성적 변화로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좌측 '높은 기준점' 영역과 우측 '현재 결과 및 착시' 영역이 대비되어 표현됨.

호황 끝에 찾아오는 성장의 착시

이 현상은 특히 기업 경영과 주식 시장에서 빈번하게 관찰된다. 팬데믹 시기에 특수를 누렸던 진단키트 업체를 예로 들 수 있다. 평소 연간 영업이익이 50억 원 수준이던 기업이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해 한 해에만 무려 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 다음 해, 유행이 사그라들고 일상이 정상화되면서 이 기업은 200억 원의 이익을 냈다. 200억 원은 팬데믹 이전 평소 체력(50억 원)과 비교하면 4배나 성장한 지속 가능한 호실적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과 언론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 90% 폭락이라는 지표에만 주목한다. 기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예전보다 체급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2000억 원이라는 비정상적인 정점과 비교당하는 바람에 졸지에 부실기업 취급을 받게 된다.

기업의 실적 변화를 통해 역기저효과로 인한 시장의 오해를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두 효과의 충돌과 엔데믹의 교훈

유통과 항공 산업의 엇갈린 숫자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경제는 기저효과와 역기저효과가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소용돌이였다. 가장 극명하게 대비된 분야가 온라인 쇼핑몰과 항공사다.

격리 생활이 이어지던 시절, 마트 대신 모바일 앱으로 장을 보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매출은 평소보다 300% 이상 치솟았다. 반면 비행기가 뜨지 못했던 항공사들은 매출이 95% 이상 증발했다. 이후 일상 회복이 찾아오자 두 산업의 숫자는 기괴하게 뒤바뀌었다. 온라인 쇼핑몰은 작년의 거대한 실적(역기저)과 비교되면서 성장률이 마이너스 5%로 주저앉아 위기론에 휩싸였다. 반면 항공사들은 전년도 매출 제로 수준(기저)과 비교되면서 매출 1500% 폭증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커머스가 진짜 망하고 항공사가 엄청난 혁신을 해서 생긴 격차가 아니다. 그저 과거의 기준점이 달랐을 뿐이다.

전 세계 경제 속에서 온라인 쇼핑몰과 항공사의 실적 변화를 통해 기저효과와 역기저효과의 동시 맞물림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통계적 안개를 걷어내고 알맹이를 보는 방법

다각도 지표와 장기 트렌드 분석

이러한 수치의 왜곡에 속지 않고 경제의 진짜 알맹이를 보려면 통계적 안개를 걷어내는 눈이 필요하다.

첫째, 전년 동기 대비(YoY) 지표만 맹신하지 말고 전월 대비(MoM)나 전분기 대비(QoQ) 지표를 반드시 교차 검증해야 한다. 1년 전 수치는 너무 멀고 외부 변수가 많아 기저 왜곡이 심하지만, 직전 달이나 직전 분기와의 비교는 최근의 단기적인 경기 연속성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둘째, 3개년 혹은 5개년 평균 이동선과 비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특정 한 해의 비정상적인 이벤트(독감, 천운 등)로 생긴 왜곡을 제거하고, 장기적인 성장 트궤도 위에서 현재 위치가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400% 폭등이나 90% 폭락이라는 자극적인 비율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실제 절대적인 수치의 궤적을 쫓는 태도야말로 시장을 지배하는 안목의 시작이다.

"수치의 왜곡을 넘어서 경제의 진짜 알맹이를 보기 위한 분석법을 제안하는 '통계적 안개를 걷어내는 법'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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